본문 바로가기
전통 수공예

전통 수공예 기반으로 구축한 SaaS 비즈니스 사례

by sulgasssworld 2025. 7. 15.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전통적으로 IT 산업, 특히 협업 도구, 생산성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툴 등에 적용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여겨졌습니다.
이 모델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여, 유저가 반복적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지속적으로 기능과 콘텐츠를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지털화가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던 전통 수공예 산업에서도 SaaS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공방 방문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기반으로 공예 교육, 재료 조달, 결과물 분석, 커뮤니티 운영까지 제공하는
올인원 공예 SaaS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기존 수공예 산업이 갖지 못했던 확장성과 예측 가능한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단순히 교육 영상 제공형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과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SaaS 기반 수공예 플랫폼은 사용자가 일정 비용을 내고

디지털 설계 툴, 원자재 공급 자동화, 맞춤형 디자인 템플릿, 주문/배송 관리, 커뮤니티 기능, 심지어 AI 피드백을 통한 공예품 디자인 개선 시스템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 saas

 

이번 글에서는 전통 수공예 기반의 SaaS 비즈니스가 실제 어떤 방식으로 구축되었는지,
그 핵심 모델과 사용자 경험 설계, 수익 구조, 미래 가능성을 실제 국내외 사례와 함께 분석하고
기존 장인 기반 산업에 SaaS적 접근이 왜 가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국내 사례: ‘수연(手緣)’ – 공예장인 × SaaS 플랫폼의 만남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통 수공예 SaaS 플랫폼 중 하나는 바로 ‘수연(手緣)’입니다.
‘손의 인연’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서비스는 소규모 장인, 지역 공방, 예비 공예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기반 수공예 디자인 관리·제작·공급 관리 플랫폼입니다.

‘수연’의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패턴 생성기

전통 자수, 한지 문양, 목가구 도면 등을 디지털 템플릿으로 변환하여 사용자가 선택 및 수정 가능

각 템플릿은 실제 장인이 제공한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

AI 추천 기능으로 제작 난이도, 재료 소요량, 시간 예측 지원

 

자동 재료 키트 배송 시스템

사용자가 디지털 설계 후 제작을 원할 경우, ‘수연’은 사용자 위치에 따라 최적화된 공예 키트를 조달·배송

 

공방과의 API 연동을 통해 실시간 재고 확인 및 자동 발송

 

결과물 피드백 시스템 (Beta)

사용자가 완성된 공예 결과물을 사진으로 업로드하면, AI가 해당 결과물의 품질, 문양 정확성, 색상 조화 등을 분석하여 개선 방향과 다음 프로젝트 추천

 

제작 기록 기반 포트폴리오 자동 생성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만든 작업물이 자동 기록되며 디지털 포트폴리오로 저장 가능

이후 ‘수연 마켓’에서 판매 또는 전시 형태로 확장 가능

 

‘수연’은 현재 국내 1,200여 개의 등록 공방과 협약을 맺고 있으며, 월 구독 요금제로
개인 사용자부터 공방, 강사, B2B 전통문화센터까지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플랫폼은 기존 장인에게는 온라인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예비 소비자에게는 손쉬운 진입 장벽과 감성 콘텐츠 소비 경험을 제공하면서 공예 기술의 디지털 생태계를 실제로 구축해낸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 일본 ‘Mitate’ – 가상 공간 기반의 전통 기술 전수 SaaS

일본 교토 기반의 스타트업 ‘Mitate’는 전통 목공, 와시(일본 한지), 전통 염색 등의 기술을 가상공간 기반 SaaS 모델로 전환한 글로벌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Mitate는 단순히 전통 공예 수업을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가 3D 공간 상에서 장인과 유사한 작업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예 프로세스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

전통 칠기, 일본 자수, 목재 이음 기법 등을 3D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체험

실제 손 움직임과 연동된 햅틱 인터페이스 (별도 기기 필요)

 

정기 과제형 학습 SaaS 구조

매월 주어진 전통 기술 과제를 수행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전문가 피드백 및 공동 평가 시스템 운영

장인 인증 도장 획득 시, Mitate 인증 장인 네트워크에 등록 가능

 

도제제도 재해석: 디지털 멘토링 구조

실제 장인과 구독자가 1:1 멘토링

모든 대화/시연/피드백은 녹화되어 클라우드 학습 콘텐츠로 재사용

이는 SaaS 모델의 핵심인 반복 사용성과 콘텐츠 축적성을 동시에 확보

 

마켓 연동형 유료 회원 전환 시스템

Mitate 내에서 기술 인증을 받은 사용자는 Mitate 마켓에서 ‘디지털 공방’을 운영 가능

수익 일부는 플랫폼에 귀속, 나머지는 작가 수익으로 분배

 

Mitate는 현재 일본 내외 30개 이상의 전통기술 분야를 커버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은 B2C 구독형 + B2B 전통 문화교육 패키지 판매로 구성됩니다.

이 SaaS는 특히 전통 도제 시스템의 한계를 클라우드 기반 피드백, 실습 공유, 결과 추적 기능으로 보완하며
‘수공예 기술의 세대전승’을 기술적 기반 위에 재설계한 혁신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 SaaS의 기술적, 철학적 과제와 진화 방향

전통 수공예와 SaaS 모델의 결합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며, 다양한 기회와 함께 현실적인 과제도 존재합니다.

 

기술적 과제

수공예의 ‘촉각성’은 디지털화에 제약이 큽니다.
햅틱 장비나 AR 기술이 필요한데, 이 비용은 SaaS의 저비용 반복성 모델과 상충될 수 있습니다.

공예 작업은 개별성, 불균형, 미완성의 미학을 갖고 있어 AI 기반 자동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화 가능한 부분”과 “인간 감각이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분리·설계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철학적 과제

SaaS 플랫폼은 표준화와 반복 사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통 수공예는 비표준성과 비반복성의 미학이 존재합니다.
이를 어떻게 콘텐츠화하지 않고 경험화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장인 문화는 느림, 침묵, 전수라는 긴 시간성을 갖는데, SaaS는 즉시성과 편의성을 지향합니다.
이 철학적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도제 경험’을 서비스 흐름 안에 끌어들이는 사용자 여정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수공예 SaaS는 분명한 미래를 가집니다.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기술 전수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장인 생태계 구축
디지털 아카이빙과 공예 문화자산 보존 기능 강화
사용자 맞춤형 공예 교육의 확장

특히 ‘공예 기술의 SaaS화’는 단지 디지털 변환을 넘어 전통 지식의 계승 구조를 시장 기반 위에 재설계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전통 수공예 SaaS는 ‘느림의 기술’을 디지털 질서 위에 재정의합니다

전통 수공예와 SaaS는 본래 만나기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느림과 반복이 공존하는 새로운 기술 문화를 보고 있습니다.

SaaS 기반 수공예 플랫폼은 단지 공예를 온라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손의 기술을 클라우드 위에서 다시 훈련시키고, 디지털 상에서 감각의 전통을 복원하는 시도입니다.

이제 수공예는 오프라인 공방이 아니라 브라우저 안에서, 월 구독 기반으로, AI 피드백과 커뮤니티와 함께 이루어지는 창작의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이란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문법으로 말할 수 있는 오래된 지식입니다. SaaS는 그 문법을 지금 재설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