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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공예

전통 수공예를 활용한 친환경 장례문화 실천법

by sulgasssworld 2025. 7. 12.

우리 사회에서 장례는 한 사람의 생을 마무리하는 상징적 의식이자, 남은 이들이 보내는 감정의 통로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장례문화는 과도한 소비, 인공화된 구조, 환경 파괴를 수반한 산업화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플라스틱 조화, 인공소재 수의, 금속과 화학접착제로 제작된 관, 일회용 장례용품 등은 의미 있는 작별을 넘어 자원 낭비와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친환경 장례문화’입니다.


이는 단지 묘지 대신 자연장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서, 전 과정에서 자원을 아끼고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문화의 전환을 가장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이끌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통 수공예’입니다.

전통 수공예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소재, 반복 노동, 정성, 그리고 지속가능한 순환 철학을 품고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장례와 관련된 전통 공예에는 죽음을 경외하고, 자연으로의 귀환을 아름답게 설계하는 미감과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한지로 만든 관보, 옻칠된 나무관, 천연 염색 수의, 수작업으로 짜낸 명정 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죽음을 기념하고 자연으로 온전히 돌려보내는 의식적 구조물이었던 것입니다.

장례 또한 지속가능한 삶의 마지막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전통 수공예를 활용한 친환경 장례문화

 

이번 글에서는 전통 수공예가 어떻게 친환경 장례문화의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과 방식이 현재에 적용되고 있으며, 단지 유행이 아닌 의식의 전환으로서 이 전통을 어떻게 회복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드리겠습니다.

 

 

한지, 염색, 옻칠 장례공예는 원래 ‘지속가능한 기술’이었습니다

조선시대까지의 한국 장례문화는 극도의 자연순환 중심 철학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장례 용품 대부분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손으로 만들어졌고, 의례 후에는 땅에 묻히거나 태워져 완전한 자연 귀속이 가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통 한지는 장례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한지는 관보, 명정(이름을 적은 천), 장례 지물, 제사상 장식 등에 사용되었는데, 풀과 물, 손의 압력만으로 만들어진 이 종이는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지만, 흙 속에서는 자연 분해되어 생태계를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특히 한지를 사용한 유언서나 유물 보자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담는 그릇’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전통 수의는 면사, 모시, 삼베 등 자연 섬유에 천연 염색으로 색을 입히고, 소박한 자수와 매듭으로 마감되어 ‘무게 없는 마지막 옷’을 지향했습니다.
지금처럼 나일론, 폴리에스터로 구성된 상업용 수의와는 다르게, 전통 수의는 죽은 자의 고요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으로 되돌아가기에 적합한 장례복이었습니다.

관 역시 중요한 공예품 중 하나였습니다.
목공 장인들은 관을 만들 때 철 못 대신 옻칠, 나무 홈, 죽재 연결을 이용해 접합했으며, 이러한 구조는 완전히 흙에 묻혔을 때 금속이나 화학물질 없이 부패가 가능하게 설계된 자연형 장례구조였습니다.

이렇듯 전통 수공예 기반의 장례 기술은 전통의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현대의 친환경 장례를 위한 매우 실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술 자원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이 공예들을 복원하고 현대적 방식으로 적용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지 문화 복원이 아닌, 환경 윤리의 실천이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장례산업의 환경문제와 전통 공예의 대안적 역할

현대 장례산업은 화려하고 빠르지만, 비용과 환경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큽니다.
국내 장례 1건당 발생하는 플라스틱, 화학소재, 종합폐기물은 평균 20kg 이상으로 추산되며, 특히 일회용 관 커버, 인조 조화, PVC 수의, 폴리에틸렌 포장재 등은 자연 분해가 불가능하거나 소각 시 유해물질을 배출합니다.

더불어 관의 대부분이 MDF나 합판으로 제작되며, 화장 시 접착제와 코팅제에서 다이옥신,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해 화장터 주변 환경과 작업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일본, 일부 북미 지역에서는 목재, 천, 풀, 옻 등 자연소재 기반의 전통 관을 사용하는 ‘에코 장례’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지관, 무염색 수의, 천장례 방식이 소수이지만 실천되고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 기반 장례방식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실제적이고 문화적 대안이 됩니다.
한 예로, 전라남도 고흥의 한 한지공방은 국산 닥나무로 만든 5중 한지 관보를 개발하여 천연풀로 마감한 관내부 커버 세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 후 매장 또는 화장 시 미세플라스틱이나 인공 섬유가 배출되지 않으며, 자연 속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 파주의 옻공방에서는 옻칠을 이용한 천연 항균 관을 개발해 장례 이후 자연분해 과정에서 기생충, 박테리아 확산을 막는 자연 방역 기능까지 검토 중입니다.

이처럼 전통 수공예는 단지 문화재가 아니라, 현대 장례산업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실천 모델로 점차 인정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 천천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서적 치유와 유가족 중심의 친환경 장례 설계에 미치는 영향

장례는 환경 문제뿐 아니라, 유족의 심리적 회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장례는 너무 빠르고 기계적이며, 유족이 감정을 정리할 틈 없이 진행되는 산업적 루틴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전통 수공예 기반의 장례 설계는 이 구조를 바꾸는 데 있어 정서 중심 복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족이 함께 한지로 부고 편지를 직접 만들거나, 고인의 이름을 수놓은 명정을 손으로 적는 과정은 단순한 장례 절차가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애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치유적 기회가 됩니다.

서울 서촌에서 운영 중인 ‘공예 장례 컨설팅 프로젝트 묵공’은 장례 전후 유족이 직접 참여하는 수공예 활동을 통해 “기억을 재구성하고, 고인을 떠나보내는 감정적 실천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지꽃을 접어 헌화하거나, 천연염색 수의의 천 조각에 유족이 짧은 메시지를 쓰는 방식 등이 장례라는 과정에서 자기표현과 의미 구성을 회복하는 행위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장례소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이며, 전통 수공예가 의식의 속도와 감정의 깊이를 회복시키는 도구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친환경 장례란 환경을 위한 장례만이 아니라, 유족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 장례, 자연과 감정 모두에 책임지는 장례여야 하며, 이것이 전통 수공예가 현대 장례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전통 수공예, 생과 죽을 연결하는 가장 느리고 정직한 기술입니다

전통 수공예는 단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잇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술입니다.

친환경 장례문화는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전통 수공예는 말합니다.
빠르지 않지만, 정직하게. 작지만, 오래도록. 그리고 의미 있게.

앞으로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더 따뜻하고 책임 있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선택의 가능성은 한 장의 한지, 한 땀의 자수, 한 번의 붓결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