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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공예

전통 수공예와 금융 산업의 이색 협업 사례

by sulgasssworld 2025. 7. 9.

전통 수공예와 금융 산업. 이 두 산업은 언뜻 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오랜 시간 손의 기술을 계승해온 장인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기반의 수치와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자본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거리감 있는 두 영역 간의 이색 협업 사례’가 조용히 늘어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 브랜드 철학의 전환점이 담겨 있습니다.

금융 산업이 전통 수공예와 협업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첫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가, 둘째, 브랜드의 감성화·문화화에 대한 니즈, 셋째, 지역 재생과 문화 콘텐츠 후원에 대한 기업 사회적 책임(CSR)의 확장입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은 점점 더 문화예술과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 수공예’는 로컬성과 지속가능성, 감성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모두 갖춘 최적의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와 금융 산업의 아색 협업

 

이번 글에서는 전통 수공예와 금융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브랜드 가치, 소비자 경험, 사회적 신뢰가 어떻게 교차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하나은행 × 자개 공예: 금융 공간을 문화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다

전통 수공예와 금융의 협업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는 하나은행이 자개 장인과 협업해 프리미엄 지점 공간을 재디자인한 프로젝트입니다.
2021년, 하나은행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를 리뉴얼하며 전통 자개 공예를 활용한 인테리어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영 자개 장인과 협력하여, 고객 응대 공간에 자개 벽화, 상담실 테이블에 자개 코스터 및 펜 트레이, 출입구 문양에 자개 문패를 적용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지 ‘예쁘게 꾸미자’가 아닙니다.
하나은행은 이 공간을 단순한 금융 서비스 제공처가 아니라, 고객이 머무르고 싶고 브랜드 철학을 체험할 수 있는 감성 공간으로 재설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시간의 깊이와 장인의 손길이 담긴 전통 수공예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 협업은 고객들에게 ‘금융 서비스=차가운 상담’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자개 문양에 담긴 철학과 디자인의 맥락이 브랜드 가이드북에 함께 소개되었고, VIP 고객 대상 문화 클래스에는 자개 소품 만들기 체험이 포함되어 고객 접점에서의 감성 경험 확대를 실현했습니다.

이처럼 전통 수공예는 금융 기업에게 단지 장식을 넘어 고객 신뢰, 문화적 신뢰, 브랜드 감성 자산을 구축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그 결과 공간,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입체적인 브랜딩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삼성카드 × 옻칠 공예: 고객 굿즈를 예술 작품으로 재정의하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삼성카드가 진행한 ‘장인과 함께하는 고객 프리미엄 굿즈 프로젝트’입니다.
2022년 VIP 고객을 대상으로 제작된 특별 선물은 일반적인 머그잔이나 와인세트가 아니라, 전통 옻칠 공예로 제작된 ‘개인화 네임 플레이트 + 펜 트레이 + 마우스패드 세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품 제공을 넘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직접 손으로 새기는 ‘1:1 오더 제작’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삼성카드는 이를 통해 “우리는 고객을 데이터가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대합니다”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옻칠 장인의 공방에서 약 3개월 간 제작되었으며, 각 제품에는 제작자의 이름과 철학이 담긴 작은 카드가 동봉되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지 ‘전통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굿즈’라는 차원을 넘어서, 브랜드-고객-장인 간의 연결을 정서적으로 강화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과잉된 소비가 아니라, 감정이 담긴 관계형 소비를 지향한다는 금융 브랜드의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에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는 이 같은 전략에 시간성, 독창성, 서사성을 부여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입니다.

또한 삼성카드는 이 프로젝트 결과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다큐 형식으로 공개하면서, 소비자와 장인, 브랜드가 만나는 ‘고감도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수공예 × 금융 CSR: 로컬 경제와 문화 유산을 연결하는 장기 전략

전통 수공예와 금융 산업의 협업은 단기 캠페인을 넘어, 지역 문화 생태계 복원과 로컬 경제 활성화까지 포괄하는 CSR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NH농협은행의 ‘지역 장인 후원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경북 영주, 전북 정읍, 충남 부여 등 소도시에 위치한 전통 수공예 공방 10곳을 선정해 브랜딩, 제품 디자인, 온라인 유통, 공간 개선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입니다.
특히 NH는 공예 제품에 금융 테마(저축, 나눔, 순환 등)를 결합한 디자인 개발도 시도하였으며, 일부 공예품은 지역 축제나 박람회에서 농협의 친환경 금융 부스 굿즈로 연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지역 고용과 전통 기술 전승, 관광 자산 육성 등 복합적인 효과를 낳고 있으며,
그 결과 해당 지역 장인들의 연평균 수입이 증가하고, 해당 공방을 중심으로 공예체험형 소도시 관광 콘텐츠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농촌 지원’이라는 본래의 정체성과 수공예 후원을 연결함으로써, 금융과 지역 문화의 본질적 공통분모(공생, 지속, 순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 수공예를 단순한 문화 마케팅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로컬 전략의 핵심 도구로 활용한 모범적 사례입니다.

 

 

전통 수공예와 금융의 만남, 미래형 브랜드 감성 전략으로 진화

전통 수공예와 금융 산업의 협업은 단지 “전통을 활용한 굿즈 마케팅”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 협업은 브랜드 감성화, 고객 경험 고도화, 사회적 신뢰 구축, 그리고 지역 재생이라는 네 가지 목적을 동시에 실현하는 다층적 전략입니다.

금융 산업은 숫자와 예측을 다루는 산업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감성, 정서, 관계입니다.
전통 수공예는 이 감성의 매개체로서, 시간의 밀도와 손의 철학을 통해 신뢰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 가장 설득력 있는 도구가 됩니다.

앞으로의 브랜드는 서비스만이 아니라, 어떻게 감정을 설계하고 문화를 말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한가운데에 전통 수공예라는 오래된 미래가 서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