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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공예

전통 수공예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방법

by sulgasssworld 2025. 7. 7.

도시 재생이라는 개념은 이제 단순히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최근의 도시 재생은 점점 더 사람, 기억, 정체성, 감각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통 수공예라는 다소 의외의 자원이 놓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도시는 물리적 공간일 뿐 아니라, 시간의 켜와 사람들의 감정이 축적된 집합체입니다.
전통 수공예는 바로 그 ‘시간성과 감각’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이제는 재개발의 대안으로서,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을 위한 촉매로서 도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의 도시 프로젝트 활용

 

이번 글에서는 전통 수공예가 도시 재생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지역 주민, 청년 창업자, 관광객, 공공기관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며 도시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지를 실질적인 사례와 함께 전문적으로 분석해드리겠습니다.

 

 

전통 수공예는 ‘기억을 복원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도시 재생의 핵심은 결국 ‘기억의 복원’입니다. 낡은 건물과 골목, 그리고 이름 없는 가게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감정이 쌓여 있었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그것들은 자주 사라지곤 합니다.
하지만 전통 수공예는 이 기억들을 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감성적으로 재구성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도시재생 시범사업에서는, 오래된 제기동 시장의 한 폐상가 공간을 ‘매듭공예 체험장’으로 재활용했습니다. 이 공간은 과거 의복 잡화점이었고,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장소였지만 오랫동안 비어 있었습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 장인과 협업해 전통 매듭 체험과 소품 제작, 전시, 판매가 동시에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이 공간을 전환했고, 결과적으로 인근 초등학교, 마을 주민, 관광객들이 다시 이 골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간이 단지 ‘수리’된 것이 아니라, 공예를 통해 과거의 서사가 재해석되고, 공동체의 감정이 복원되었다는 점입니다.
매듭이라는 전통 기술은 주민들에게는 추억이고, 청년들에게는 배움의 소재이며, 관광객에게는 독특한 체험이 됩니다.
이렇게 전통 수공예는 도시의 감정선을 따라 ‘기억을 다시 그려주는 감각적 수단’으로 기능하며, 도시 재생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심리적 회복의 계기로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통 수공예는 청년 창업과 로컬 비즈니스의 기반이 됩니다

전통 수공예는 도시 재생의 경제적 지속성을 위한 로컬 창업 생태계의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재생된 공간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업적 자립 가능성이 필요하고, 전통 수공예는 작은 규모로 시작해도 고유한 가치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창업자들에게 매우 적합한 콘텐츠가 됩니다.

 

경상북도 안동의 ‘구시장 공방 거리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시장 일대의 빈 점포 6곳을 리모델링해 전통 염색, 자수, 도자, 나전칠기 등 전통 수공예 기반의 청년 공방 입점 공간으로 조성하였고, 시에서는 창업비, 장비, 브랜드 개발, 온라인 유통 교육까지 함께 지원했습니다. 단순히 공방만 만든 것이 아니라, 전통 공예 브랜드의 ‘로컬 창업 인큐베이터’를 형성한 것입니다.

 

그 결과, 1년 이내에 입주한 공방 중 3곳은 자립에 성공했고, 한 곳은 일본 편집숍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전통 수공예가 단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청년 일자리의 구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결과입니다. 이처럼 전통 수공예는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고, 제작에서 체험, 판매, 콘텐츠까지 다양한 수익 구조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도시 재생 안에서 청년 창업, 여성 창업, 지역 협동조합 기반 브랜드 등과의 연계가 매우 용이합니다.

 

 

전통 수공예는 관광 콘텐츠로 재탄생하며 골목을 다시 움직이게 만듭니다

도시 재생에서 ‘관광’은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축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관광지는 오히려 지역의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체류형, 체험형, 공감형 관광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때 전통 수공예는 ‘작고 깊은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로서, 관광 활성화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전라남도 나주의 금성산 아래 골목마을 재생 프로젝트는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입니다.
이 마을은 오래된 기와집과 폐한옥이 많았지만, 마을 주민들과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협력하여
전통 죽공예, 한지 공예, 염색 체험을 결합한 ‘3시간짜리 전통 수공예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방문자는 해당 체험 공간에서 단순히 공예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음식과 재료를 나누며 ‘살아 있는 문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23년 기준 연간 3,500명의 소규모 체험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숙박, 식음, 기념품 소비까지 연계해 마을 단위의 경제 생태계 복원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체험이 수공예 기반이라는 점입니다.
즉, 기계나 시스템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중심으로 설계된 재생형 관광 구조이며, 그 중심에 전통 수공예가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는 단지 배워가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도시의 리듬’을 되살리는 핵심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 수공예는 도시를 재건축하지 않고, 다시 감각하게 합니다

전통 수공예는 도시 재생의 가장 작지만 가장 깊은 방식입니다.
그것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회복하고 관계를 연결하며, 정체성을 감각하게 만드는 재생의 기술입니다.
도시의 골목, 빈 점포, 오래된 기억은 수공예라는 손의 언어를 통해 다시 말해질 수 있고,
그 말은 다시 사람들을 부르고, 삶을 재구성하게 합니다.

앞으로의 도시 재생은 점점 더 문화와 감성, 관계 중심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는 전통 수공예라는 느리지만 정확한 도구가 있습니다.
기술의 보존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복원을 위한 실천으로서의 공예
이것이 전통 수공예가 도시 재생에서 보여주는 진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