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수공예

전통 수공예 기술을 활용한 특허 출원 사례

sulgasssworld 2025. 7. 19. 10:25

장인의 손끝에서 지식재산으로: 특허와 전통 수공예의 만남

전통 수공예는 오랫동안 무형문화로만 평가받았습니다.
그 기술은 사람에게 의존했고, 오랜 세월 구전되거나 수제 방식으로 계승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계화나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면서, 혹은 창의적인 재해석을 통해 전통 공예 기술이 특허로 등록되는 사례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허라고 하면 보통 전자제품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통 수공예 분야에서도 ‘제작법’ ‘재료 배합’ ‘공정의 순서’ ‘응용 제품’ 등을 중심으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형성됩니다.
예컨대 옻칠, 한지, 자개, 매듭, 자수 등의 공예 분야는 그 고유한 재료 처리 방법이나 제작 기술,
혹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접목 방식으로 인해 명확한 기술적 차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장인들이 직접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장인의 기술을 스타트업, 연구소, 또는 디자인 전문 업체가 산업적으로 해석해 특허권 또는 디자인권으로 등록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형의 손기술이 유형의 지식재산으로 전환되며, 전통 공예 기술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기술이 단순히 ‘가내 수공업’이나 ‘문화 보존’의 맥락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국가 R&D 과제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기술인정 심사에도 전통 수공예 기반의 특허 기술이 포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실제 사례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전통 수공예가 어떻게 현대 지식재산 생태계와 연결되고 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전통 수공예 특허

천연 옻칠을 활용한 무독성 방수 코팅 기술

2021년 특허청에 등록된 한 기술은 전통 옻칠의 원리를 기반으로 개발된 ‘무독성 방수 코팅제 및 그 제조 방법’입니다.
이 기술은 전라남도 장흥에서 활동 중인 옻칠 장인의 기술을 소재 개발 스타트업이 과학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 건축 자재에 적용 가능한 코팅제로 재탄생시킨 결과물이었습니다.

핵심은 옻칠 특유의 자연 항균력과 방수성, 표면 경화 반응을 화학 접착제 없이 안정화시키는 공정에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의 유기 화학 방수제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거의 포함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 경도가 증가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기술적 요지는 단순히 옻을 바른다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7~10회 반복 도포되던 공정 구조를
현대화하여 3회 이내로 단축하면서도 같은 방수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레이어링 공정 기술을 특허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목조건축, 유아용 장난감, 친환경 가구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일부 고급 호텔의 욕실 마감재와 레스토랑 인테리어에 실제 적용되고 있습니다.
장인의 손기술에서 출발한 기술이 디자인 자산이 아닌 산업기술로 등록되고 확산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해당 특허 출원서에는 장인의 이름이 ‘협업기술자’로 명시되었고,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지속적인 로열티 지급 구조까지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전통기술이 단순히 전수되는 차원을 넘어서 정당한 지식 재산권의 주체로 존중받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전통 자개공예를 이용한 AR 반응형 전자 액자

두 번째 사례는 다소 이색적인 분야입니다.
바로 자개공예와 증강현실(AR)을 결합한 인터랙티브 전자 액자입니다.
2022년 한국의 한 디자인랩에서 출원한 특허는 전통 자개 무늬를 패턴화한 후, AR 기술과 결합하여 화면 속 자개 이미지가 사용자의 움직임이나 공간 조도에 반응해 변하는 디지털 작품으로 구현되는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전통 자개의 특징은 빛에 따라 색이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자개판을 촬영한 고해상도 데이터를 패턴 알고리즘으로 정리한 뒤 디지털 캔버스에 입히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사용자가 화면 앞에서 움직이거나 손짓을 하면 빛의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자개가 ‘반짝’이며 움직이고, 이 효과는 실제 자개공예의 시각적 매력을 디지털로 구현한 신개념 아트워크가 됩니다.
이 기술은 공예의 감성을 보존하면서도, 미래형 전시환경에 적응 가능한 상품화 모델로 주목받았습니다.

특허에는 자개패턴 생성 방식, AR 반응 알고리즘, 디스플레이 구현 기술이 함께 포함되었으며,
현재 일부 공공미술관의 디지털 전시에서 ‘한국 전통 빛의 감성’을 구현하는 콘텐츠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전통 수공예의 ‘재료’ 자체가 아닌 미감, 패턴, 반응 구조를 지식재산으로 확장한 경우이며, 단순 미술품을 넘어 기술기반 콘텐츠로 등록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제는 지식재산으로 보호할 때: 전통 공예 특허의 과제와 방향

이처럼 전통 수공예 기반의 특허 등록은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지 조형 기술, 자수 패턴 자동 생성 알고리즘, 전통 문양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디자인까지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합니다.

우선, 전통 장인들의 기술이 문서화되지 않은 채 ‘손의 기억’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허는 반드시 구체적인 기술 설명과 수치, 순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선 디지털 매핑, 공정 해석, 정량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특허 등록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현실입니다.
기술 이전, 사업화, 제품 디자인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장인과 디자이너, 기술자, 마케터의 ‘융합 협업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특허로 등록되는 전통 기술이 과거의 복제물이 아닌 현재의 혁신이라는 인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단지 ‘옛날 방식’이 아니라, 환경친화적, 지속가능성, 미적 감각 등의 측면에서 지금 시대에 맞는 기술적 가치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전통 수공예 특허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입니다.

앞으로는 문화재청, 특허청, 중소기업청, 스타트업 생태계가 함께 전통 수공예의 지식재산화를 지원하는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한 기술 보존을 넘어, 전통 기술이 ‘지속가능한 창업 자산’이 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보호받는 문화 IP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